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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저녁산책

아파트를 삥 둘러 감싸안고 있으면서
사철 그 아름다움을 달리하던 뒷산이
허리가 잘리고 동강이 나면서 사차선 도로가 났다

고개 하나 너머 마을이랑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세개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길을 같이 이용하게 되었다
저산 넘어 넘어엔 누가 살고 있을까 라는 동화속이야긴
그냥 이야기속에 묻혀 버리고...

그래서 조금 불편하던 교통이 편해진 반면
뒷동산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행선지를 바꿔 새로난 그길을 이용해 조깅을 한다

인도옆으로 만들어진 황토색 자전거도로는
저녁이면 산책로로 변해 버린다

인적이 뜸할땐 달리기도 하고
도란도란얘기하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며
날마다의 걸음을 보탠다

달리는 양쪽 길을 보노라면~~~~~~

그곳엔
작은 개울도 있고
잘려나간 산비탈엔 손바닥만한 채마밭도 일궈져 있다...
그리고 지금은 누우런 황금 가을 들녁이 있고

이름모를 들풀과
토종 코스모스가 길에 연해져 피고진다


골 저쪽으로 몇채남은 시골집엔
저녁참이면 불때는 연기냄이 나고

밤낚시꾼의 낚싯대가 반딧불처럼 보이는
작은 연못까지 돌아오는 거리는 5킬로 정도나 될까

어둠이 깔리고
출근했던 사람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사차선도로는 심심찮을 정도로 차가 다니고
양옆의 가로등불빛은 밝기도 하다


어릿어릿 해질 무렵부터 밤이 이슥토록
세동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강아지를 안고나오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새댁들 ....
킥보드나 세발 자전거를 타고나온 꼬맹이들과...,
조금 연세 높으신 어르신들..
모여든 사람들로 거리는 행복하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그냥 도시에 인접한 깡촌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소슬바람부는 가을
아름다운 계절과 좋은 동네
삶의 언덕에서 여유를 가질수 있는
중년의 나

감사하다......
2002년10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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