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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축복

애물단지

그날도 아마도 바람은 몹시 불었던것 같다
한아름의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남편의 머리 카락이 조금 날린듯 했으니.......

예정일을 2주나 넘기게 되니 병원에선
촉진제 주사를 맞아서라도 분만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남산같이 부른배를 안고 나 혼자서 모든 병원 수속을 마치고
산전실로 들어갔다(월요일 남편은 직장에)

하나의 생명을 탄생키 위해선 그 고통의 시간을....
진통으로, 그 참기 힘든 아픔으로 고함을 질러야하는...
초산이나 두번째나 세번째나 상관없이 겪어야 하는 그 산고....
선악과를 탐한 하와를 탓한들 무엇하리 모든것이 원죄이거늘...

주사 덕분인가
다행히 날을 넘기지 않고 순산을 하게 되었다
3.34kg 건강한 여자아이,키 51cm 약간 곱슬 발그레한 피부
봄비 내리는 밤, 작은 나의 별은 그렇게 내게 찾아 왔답니다


잘생긴 아빠를 닮지 않아 조금은 실망이었지만
순하디 순한 성격과 몹시도 하얀 고운 피부는 엄마를 닮아
그래도 어디서나 눈에 띄는 아이로 자랐답니다


고운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는아이는 여섯살 유치원생
하얀 레이스실로 엄마가 짜준 원피스를 입은 아이는 작은천사

신데렐라 가방을 어깨에 맨 아이는 신입생
김균자라는선생님 이름이 너무 예쁘다는 아이는여덟살
남자아이들 보다 한 뼘이나 더 큰 키로 엄마를 우쭐하게하는
큰키 만큼 여러가지 재주 많은 아이로 엄마는흐뭇~~~~~~
아이는 세월과 더불어 날마다 자랐다네
아름다운 세상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엄마의 소망처럼
날마다 고운 모습으로 자랐다네

긴 머리를싹둑 단발로 바뀐아이는 소녀 여중생
엄마를 내려다 보는키와
더 이상 선생님이 신비하지않는 아이는사춘기
엄마보다 친구를...
아빠랑 사소한 이야기도 별로 나뉘질 못한
아이는 너무 바쁜 이땅의 피곤한 학생
......네 .아뇨, 알았어요 ........

한편의 시를 읽기보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기울이는 바보 같은 딸내미

모 가수의 공연에 비를맞으며 밤샘을 한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덜 떨어진 기집애

고민을 같이 나눌 엄마가 아니다라고
몰래 훔쳐본 어느날의 일기속의 인정머리 없는 기집애 ...

공부하는 시간보다 컴과의 시간이 더길어
그래서 시력이,성적이,무작정 떨어져 엄마를 슬프게 하는 가시나..


그러나 슬기롭고 예쁜 모습으로 자라나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엄마는 간절히 바란답니다

.....*작년봄에 쓴글*

지금은 우리딸 말대로 지 생일 주간입니다
사춘기의 말없음 거리를 지나,
삶이 무의미하다는, 방황의 거리를 지나

다시금 생기발랄함으로 돌아왔답니다
나의 친구이며, 아빠의 애인인 우리공주가
올해 드디어 여고생이 되었답니다
비록 비평준화지역에서 지명도가 떨어진 학교지만
열심히 할려는 모습이 이뿌고 사랑스럽습니다


딸내미를 보면서, 나를 봅니다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늙으신 엄마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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