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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축복

어머니의 개업선물

 

어깨가 뻐근하고 팔 다리가 아리아리 하다
어제 밤 늦도록 재봉틀을 돌렸기에....
웬 바느질 씩이나(?)

직장 생활을 오래 했던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고
몇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작은 사무실을 연지가 한달 남짓하다


연로하고 쇠약하신 친정엄마가 오빠내외랑
격려차 다녀 가셨다
치매가 좀 있으신 어머니가 가실때 손에 꼭 쥐어준 17000원
천원자리로 꼬기꼬기 접힌 것 일곱개와 만원짜리 한개
사위 사무실에 필요한것 있으면 보태서 사라~~야야 딴데 쓰지 말거라이..
어머니는 그돈이 요즘 얼마만치의 가치가 있는지 아시고나 한지
...가끔은 과거와 현실도 오락가락 하신다...

어머니를 생각하고 만 칠천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린다...
예전에 우리 사남매가 줄줄이 학교다닐때 날마다 손내밀던 시절....
박봉의 공무원의 아내로 이리저리 꾸려가던 어머니의 바지속주머니 ..
한번도 제때 내보지 못한 등록금......


그냥 쉽게 써버리기엔 안 될것만 같아
며칠을 곰곰 궁리하다가
대구 큰 시장에 가서 예쁜 무뉘의 천을 13000원을 주고 네마반를 사고
얼마를 더 보태 속통용 솜도 샀다
그리고 재봉틀이라곤 몇년전 구입기념으로
일주일을 배운 솜씨를 발휘하기로 했다
싸인펜으로 재단을 하고 잘라 이틀을 소모한 끝에
방석네개가 만들어졌다
천 자체의 그림으로 서툰 솜씨는 좀 가려 졌지만
역시 어설프다

이 것은 어머니가 남편에게 선물하신 개업 선물이다
작지만 소중한 선물 ...
엄마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까..

200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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