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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축복

가을 받아라

 

 

어젠 쏟아지는 비로
공해와 먼지속의 도시를 말끔히 씻어 내리더니...
오늘은 날씨가 저로콤 좋네요...
열린 창으로 소슬한 바람은 밀려들어오고...
높고 푸른하늘 , 이런저런 밀린일도 별로 없는데..
와이셔츠는 밤에 다리면 되고...
저녁밥은 한끼정도 사먹으면 되는데...
가을이 멈추어선 들길을 걷고 싶은데...
그 길엔 노란 코스모스와, 개망초, 이름모를 들꽃도 피고 지고
그 맑은 공기와 더불어 두통은 사라지고 난 망아지 처럼 뛸 준비도 됐는데...
무심한 서방은 퇴근하자 마자 TV보다가 잠들고...

서방님 가을을 안으러 떠나요...
금방 가을은 멀리 떠나 버릴텐데..

먼곳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가까운 뒷산이라도...

*몇날이 지난 어느날*

가는 시월이 아쉬워 ...
컴에 앉아 세월을 엮는데..
우리서방님 좀 보세요
오늘따라 일찍들어 오시네
현관문을 열자 동시에
어느 길에서 주운 것인지
한웅큼 아니 한아름의 노란 은행잎을
저의 머리에 마구 뿌려 주었답니다...
야 가을이다,
힘들게 갈것 없이 내가 가을을 안고왔다
가을 받아라 ...

깐깐한 서방님이 미워 며칠 뾰로통 했던것이
나도 몰래 웃음이 나와버리고..
난 여왕보다 우아한 여인이 되어 버렸죠..
줍느라고 애는 먹었지만...
-잠시 행복한 여인-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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