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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꽃선물

 

 

 

우리 집에 때 아닌 꽃 풍년으로 온 집안이 향기롭고, 꽃을 바라다 보면 마음도 넉넉해진다

 

후리지아, 장미, 카네이숀은 은은한 향기, 히야신스는 좀 강한 향기라

어느 좋은 향수보다 더 좋은 향기로운 냄새가 은은한 거실로 나오면 즐거워진다

한 아름 풍성한 꽃다발이 있고, 히야신스 꽃은 양파 모양을 사 왔는데 피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모른다

진분홍 카랑코에 꽃은 이 겨울에 또 얼마나 화려하게 피어나는지, 꽃들도 찬양하라, 찬양하라 하는 듯하다

베란다에는 계절에 상관 없이 피고 지는 제라늄이 또 잊지 않고 피어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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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도, 남편도 회갑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을 선물해 준다고 했다

이전의 나 같았음 점잖게 생각해 보겠다고 해 놓곤

무얼 받을까,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즐거운 망설임이 이어졌을 것이고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조언을 구한다는 핑계로 자랑삼아 은근히 이야기할 테이고

또 그 기분 삼삼해 한턱 쏜다며 희희낙락 그 기분 오래오래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뇌물과 선물에 약한  여인이라고 어떤 기념할 날이 다가오면 말하곤 했는데

지금의 나는 아픈 만큼 , 욕심도 없어져 버려 도저히 갖고 싶은 것이 없다

아픈 아내를 위해 너무나도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울 서방과

엄마 간병하랴, 돌보랴 바쁜 시간 쪼개어 최선을 다 한 우리 딸에 대한 미안함이 크고

표현 적은 울 아들내외의 엄마에 대한 변화~~~

굳이 갖고 싶은것이 없어졌는 것도 질병이 가져다주는 허망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지 않아도, 받지 않아도 마음은 저 하늘로 붕붕 떠 올라 자꾸만 행복해진다

그까짓 거 `~~내 받지 않아도 손만 내밀면 다 내 것일 것만 같은 선물들

내 것 아니래도 부러워할 것도 없는 것들은 나이가 주는  여유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명절이나 생일 때 받는 금일봉 봉투보다 나를 위해 직접 고른 선물을 더 좋아하는데

그 선물을 고른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  금일봉이 최고라고 하기는 해도  

딸아이랑은 선물에 대해 마음껏 거절하고 또 마음 바뀔 때  수정하기도 좋아

자주 의논하기는 했었다

 

지난여름 한 달여 입원을 하며 생사를 오고 가는 그때를 생각하니 엄마, 아내를 위해

아끼지 않고 선물해 주고 싶다고 마음껏 고르라는 데 정말이지 딱 가지고 싶은 것이 없다

 

귀금속도, 좋은 옷도 대체 내가 얼마나 써 볼 수 있을까나 싶기도 하고

질병으로 남편과 딸 , 아들 내외 마음 애타게 한 것만으로도 세상의 어떤 선물보다  더 크다

 

딸아이는 해외 브랜드의 핸드백들의 사진을 몇 장이나 캡처하여 엄마 마음에 드는 것 없냐고 묻지만

나는 젊은 날에도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사는 핸드백에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

아들아이가 총각시절 두 번이나 권유했지만 한국 브랜드를 구입했고 그걸로도 아주아주 행복했었다

야야 ~~ 고맙다만

그 핸드백 한 개면 ~~~ 우리 집 한 달 생활비에 가깝겠다

그것 한 개 값으로 ~~ 차라리 유럽 여행이나 , 동남아 여행을 몇번 뛰겠다 뭐

 

무엇보다 나는 이제 힘도 줄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중증 환자의 몸이라

외출할 때도 신랑이 내 백을 거의 다 들어주고,  어쩌다 친구들 만날 때도 신랑이 데려다 줄땐

무게감이 적은 가벼운 천으로 만든 가방을 들고 나갈뿐이다  

 

그러다가 딸 아이가 손수건 보다, 조금 더 큰 실크 스카프를 보내왔다

인터넷상으로 여러개 구경은 해도 나중 만나서 백화점에 가자라고 이야기 끝냈것만

엄마에게 주고 싶어하는 딸 아이 마음을 재촉했나 보다 ~`

 

고걸로 엄마 좋아하는 한라봉을 몇박스라도 살텐데 그럼 주변에 두어박스 나눠 먹고도

한달은 넉넉히 먹고도 남을 가격이구나

그렇게 딸 선물은 일단락이 되었고 , 이번엔 남편 차례로다

 

젊은 날 바쁜 남편이랑 함께 보내고 싶어했던 것도

따스하고 다정한 눈빛만을 받고 싶어 했던 것도, 수시로 도와주길 원했던 가사일도 모두모두

지금의 아픈 아내로써 과하게 넘치게 보내고 있고 위함을 받고 있으니

남편에게 나는 더 이상 선물 받을 필요조차 없다

 

그래도 밤에 잠이 오지 않을때 뭣을 받을까 하고 궁리에 궁리를 하다가 얻은 결론은

유리나, 크리스탈 화병을 받아, 거기에 예쁜 꽃을 꽂자라고

지난번 퇴원 이후로 꽃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자주 자주 꽃을 사 주었었는데

도자기로 만든 크고 작은 화병이 몇개나 있지만, 이번 참에  꽃병을 선물 받아야지 ㅎㅎ

 

인터넷으로 보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서 골라야지 하며

마트,모던 하우스, 다이소를 다 다녀봐도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인터넷을 더 살펴 보기로 하고 다이소에서 와인 병으로 추정되는 작은유리병을 삼천원에 한개 샀다

유리 화병에 봄철의 꽃 후리지아나 한단살까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들른 단골 꽃집에서 졸업시즌이래도 신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회가 줄어들어

비싸지 않아 더 큰 꽃다발을 남편이 안겨 주었다

 

꽃과 스카프, 어떤 걸로 살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워 지는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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