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

인천댁 마침내 뜨다

k라는 중소 도시에서 우리는 서로 만났습니다
결혼이라는 성에서 남편을 따라 찾아온 작은 도시는 처음엔 너무 낯설었답니다

지금은 신랑을 따라 미국으로 가버린 부산댁
자그만한 키와 비례한 리더쉽을 가진 예쁘고 깜찍한 인천댁
아이로 인한 아픔이 진한 착한 광주댁
뒤 늦게 딸을 봐 그 사랑이 약간은 주착인 대구댁
그리고 가장 먼저 결혼해 다른친구들이 신혼일때 유치원 학부형이었던 나 .......
우리는 86년도에 한 아파트에 그것도 동갑으로 만났습니다
점심이면 함께 모여 콩나물밥도 만들고 부치개도 만들어 먹으며 인생을 ,육아를 저만의 요리 강좌로 한나절을 보내곤 했답니다
아주 가끔씩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며 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정말이지 서로가 언짢았던 기억은 이 시간 떠오르질 않는군요
부산댁이 그세월동안 서울로 미국으로 번갈아 왔다갔다 한것빼고 우리는 긴세월을 함께 보냈습니다

제각기의 형편에따라,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동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두달에 한번쯤은 의무적으로 만나야만 하고
수시로 나뉘던 전화수다,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패거리로 만나던 우리들
이 도시의 장점은 아무리 멀어도 30분거리답니다

그 모임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가정선생이었던 인천댁이 신랑을 따라 베트남에 가기로 되었거든요
부산댁 인천댁이 빠진 우리들 대화는 너무 빈가슴일것만 같아요
지난 주 저수지 둘레에 가을이 다가와 괜스레 슬퍼지던 그길을 달리면서 이길을 우리가 언제또 올까나 ......
우리 꽃답던 새댁시절에 만나 정신없이 30대를 보내고 조금은 여유로운 40대 초반 ...
쉰이 다 되어서야 모두들 만날수 있겠네요

우리 4년6개월후에나 보자구요

 

 

2000년 10월

'삶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산책  (0) 2002.10.06
당신과의 만남,그리고 첫경험  (0) 2002.09.23
소꼽친구  (0) 2002.05.23
오월의 한복판에서  (0) 2002.05.23
사월에~  (0) 2002.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