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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눈 내리는 날

새벽부터 내리는 눈이 아직도 계속 오고 있습니다
펑펑 쉬지 않고 내리긴 하지만 땅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다 녹아 버리니
눈은 쌓이기는 커녕 비가 되어 도로를 적시고  빗물되어 고여 있기도 합니다
아침에 도서 봉사로 집을 나설때 우산을 펴드는 내 곁에
학원 간다고 나선 이웃아이들이 모자도 쓰지 않고 눈이라고 좋아들 하네요

 
공사로 인해 임시로 쓰는 우리 컨테이너 도서관에 눈으로 내린 눈송이가
빗물이 되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이 내릴거다는 일기예보는 올 겨울만 해도
벌써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이곳을 제외한 전국곳곳엔
쌓인 눈으로 도로가 마비 되었다고도 하고.
전라도에도 폭설로 인한 농사 짓는 분들의 피해가 크다고도 했었지만

눈 귀한 이곳은  참말로  내리자 마자 녹아 버리는  눈도 오늘이 처음인걸요

눈소식이 있는 날이면 행여 하며 자다가도 창을 열어 봅니다
희뿌연 하늘을 눈으로 착각해 베란다까지 나가본적도 있었고요
눈이 오면 차들이 미끄러워 다니기 힘들고 거리가 더 지저분 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눈 내리는 모습을 싫어 할이 아무도 없을 껄요

 

제가 나고 중딩중반때 까지 자랐던 내고향 태백은
겨울이면 하얀눈이 펑펑 내려 온 세상을 하얀 나라로 바꾸어 버린답니다
지금도 해마다의 겨울이면 눈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고
어릴적 동창들이 초대장을 보내 주는데  아쉽게도 떠난 이후 눈축제로는  가보질  못해
그래서 그저 어릴적 일들을 생각속으로  다시 모아 보곤 합니다

 

 그땐 11월 하순이면 첫눈이 내렸었고 눈도 자주 왔었지요 그죠~~
수업하다가 우연히  창을 내다본 친구가 눈 온다 소리치면
모두들  너무나 좋아해 깡총 거리던 생각이랑 언젠가는 반 전체 눈싸움을 운동장서 갖기도 ~
하교후  집에올때 예배당 고갯길 소나무가지는 하얀눈으로 덮여 성탄 카드가 되어 버렸지
별로 높지 않던 고갯길이 그땐 왜 그렇게 높은지 미끄러워 가장 자리에서
살살 잡고 겨우 올라가던 기억이 나네요

 

 눈속에 연탄재를 집어 놓어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던지던 악동들~~
그때 나도 맞아 교복 치마가 다 젖어 끝까지 따라가  귀를 꼬집고 패주엇던 생각이
나는것을 보니  좀 어린초딩 아닐까 싶네요 ~`나에게 잡힐 정도 였으니~~

 
등하교길이 멀었던 하장성 까지 가는 2킬로에 우리 보다 더 멀리 살던 문곡,대현,동점
 눈으로 신발이 폭 젖었던 기억이랑  손발과 볼이 발갛게 얼었어도
그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걸어다니느라 애 먹었었지

 

방학때 그러니까 요맘때 눈이 많이 왔던것 같아요
춥다고 ,학교 가지 않는다고 평소엔 늦도록 자다가도 눈 왔다는 소리에  후다닥 깼었고
싸리비로  마당앞에 눈 치우던 우리 어머니,아부지

 문고리에 손이 닿으면 쩍적 붙을 정도로 추운 날인데도

동네 아이들이랑 모여  작은애 큰애 구별없이 와르르 모여
 눈사람은 몇개나 만들어 세워 놓고 눈 썰매에 미끄러 지며 타던 기억이 새롭네요

 기운 양말을 두켤레나 껴 신었지만 얇은 고무신엔 금방 발이 시려웠고
어쩌다 아껴 신었던 운동화도 푹 젖어 버려 연탄불에 둘러 세워 말렸었는데~~~
``그나마 얌전하고 조용하다던 저와 제동생이  이정도였고
동네 골목대장하던 울 작은 오래비는 정말  대단 했지요
고등학교 다니는 큰 형들이랑 다 함께 세수대야로 눈을 찍어 이글루를 만든다고
점심도 굶고 ~~남자애들은 동네에 위계질서가 꽉 짜여 졌을걸요

 
엄마가 불러도 대답만 하다가 늦게 들어와 밤새 기침으로 콜록 거려 지청구 들었던 일이
지금은 내가 겪었던 일인지 ~~전설처럼 들어왔던 이야기 인지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에는 지나간 초딩 시절 이야기는 알송달송 해집니다
 
도서 봉사 틈틈이 글을 쓰다보니~~생각의 강은
몇십년이 왔다가 갔다가 합니다

눈이 올때면 무작정 한없이 걷고 싶다는 여고 시절때의 J
서로 만나지 않게 반대 방향으로 걷자고 하던 K
나중 몇년을 기약후 우리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만나자 했던 S
수업 마치고 돌아 오면서 영원한 사총사 어쩌구 하면서 핫도그 집에서 인생을 논하던
지금은 어디 사는지 연락조차도 않되는 친구들~~~

 늦은 회식으로 날이 바뀌 퇴근하던 신랑이
날리던 눈발로 무조건 나오라고 그래서 ~~동네 한바퀴를 돌았던 몇년전의 이야기들이랑
몇년에 한번 내리던 눈으로 인해 서른여섯판 필름을 한꺼번에 다 찍었던 아이들 어릴적에 일~`

 
지금은 그냥 비가 내립니다~~
눈 온다다고 좋아라 친구들에게 문자를 열두통이나 날렸고 지금은 답장을 받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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