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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쓸쓸한 계절 ~~~

아마도 일년중에 11월이 가장 재미없는 달은 아닐까
신록의 설레임으로,푸르름으로,고운 단풍색으로 산천초목들은 
계절의 변화를 일깨웠고,느꼈으며 좋아라 했었는데 
지금은 몇잎 마른잎새만 붙어있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바스라진 낙엽들만  대지위를 뒹군다 
공원 팔각정 쉼터엔 어르신네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모이셔서 
별달리 하는일도 없이 속절없이 긴 시간을 떼우고 계신다
날이 점점 차지니 두터운옷과 모자와 마스크로 
완전 무장을 해 몸들이 부대해 보인지만  그래도 춥지는 않을란가~~
동네마다 있는 노인정이 있어도 사람사는곳은 
어디라고 마찬가지 자잘한 인간 관계가 생기고 
그래서 가는 사람 ,가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난다<울 엄니 경우를 봐도>
해마다 11월에 있는 수능 시험도 
아이들 키울적에 가슴 동동거리며 애 태움도  이제 다 지난일이니
생각을 말자~~지금에사 해도 뭘하겠냐~
11월의 황량함에 저절로  인생의 쓸쓸함과 허망함이 느껴지는것이 
꽉 채운 중년에  가끔 찾아오는 자연적인 일시적 현상인지~~~모르겠다

몇년간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이제 이곳에서 다 만나
다섯명이 한달에 한번쯤 의무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다 ~~이름하여 엘지모임
울 모임의 맏언니격인  관이엄마 친정 엄니가 별세 하셨다
향년 89구세의 연세동안 짱짱히 건강 하셨었고
이 가을 들면서 기운이 없으시다며 한동안  관이엄마의
친정 나들이가 잦았었었는데 마지막 20 일정도를  입원 하셨었고
정신 놓으신지 하루 반만에 천국으로 가셨었다
장례식장인  길 병원에서 우리들
시간 맞춰 모여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보조로 잠시 돕다가 왔었다
울 시엄니 장례식때 우루루 달려와 돕던것이 지나고 나도고맙듯이~
장례식장엔  그득한 화환으로 국화향이 넘친다
복 많은 할머니라선지 새촘하던 날씨도 풀렸고 
상가 분위기도 별로 어둡지가 않다 ~그러니 호상 아닌가
함께 사는 맏아들네의  과수원 사과  수확철을 넘겼었고 
명절을 끼지도 않고 또 아주 춥지도 않는 철에 
그 많은 자식들 하나 앞 세우지도 않았고 우스개 말로 ,달아난 며느리도 하나 없다~~ 
결혼 한 손자도 많아 증손이 초등학교에 다니기도 한단다
할머니 생신날이면 모이는 숫자가 직계로 50 여명이 넘는다고도 했고
생전에 영감님과  의도 좋았었고 경제적으로도,풍요롭고
자녀들로 인해 멋쟁이 노인네였었다~~~

빈소에는 퇴근해올 신랑들이랑 함께 들기로 하고
~~따사롭고 포근한 인상인 젤 큰 올케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이젠 척 봐도 할머니 모습이 분명한데 지친  모습이 웬지 안쓰럽다 ~~
그많은 시동생 줄줄이 결혼 시키고 
한평생 시부모 모시고 살았으니 아무리 좋다고 한들
그 세월이 어쨌을까~
관이 엄마도 맏며느리로 출가 해 그 심정을 잘 헤아려
올케에게도  잘했는가 보다 ~~힘이 되어준  시누 칭찬을 하신다
관이엄마는  다섯오빠랑 ,두 남동생들 팔남매중  
여섯번째  양념딸로 많은 사랑속에서 자랐었고 
다섯 오빠들 아래서 어떻게 연애결혼을 했냐고 
우리가 놀리기도 했었다
장남으로 자란 관이 아빠는 처남들로 부터 
극진한 사위대접 받았었고 ~~아이들도 외할머니 사랑이 컸었다
 명절때는 일곱 처남댁들만 노래방으로 모시고 갈줄도 알고~`
상가엔  상주들이 그득차 많다 
형제들 많은것이 부러워 보이니 내가 나이가 든것인가
그래도 시댁보다 친정에 형제가 많은것이 더 나을것 같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살짝 든다 
아 ~~울 친정 엄니 생각이 또 난다~~~~~그립고 미안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남자 78세,여자 83세라고 한다
우리들도 노인이 되어 노인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길다는 말이다
지금 보면 먼 훗날 같지만 세월의 흐름은 잠깐 일지도 모른다 
이제 곧 올해의 마지막 12월에 접어 든다
김장과,성탄,아이들 방학 ~~많은 날들이 기다리지  
아직은 우리가 인생의 현역으로~~~
내 남편이 돈을 벌어 의식주를 해결하고~~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또 내 여행도 보내주니~~~
우울하다고 피곤 하다고 징징대지 말고 
밝은 얼굴도,퇴근하는 신랑을 맞아야 겠지~~
국은 어제 장봐둔 굴로 시원하게 끓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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