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서너걸음만 걸어도
정신은 가물 거리고 다리는 힘이 없다
아침을 먹고 잠시 걷는 운동을 남편보다 조금 앞서 나갔다가,너무 힘들어 되돌아 오는 중이다
그래봤자 한 십오분이나 걷기나 했을까
잠시 벤취에 앉았다가 돌아오는길에
따슨물을 가지고 오는 남편이랑 마주쳤다
나는 남편을 보며 너무 기운 없어 돌아가는 중이어요라며 미소조차 짓지 못했다
남편은 나보고 창백해 보이고 평소보다 달라보인다고 부축을 했다
집까지 돌아가는 아파트 둘레길 바삐 걸으면
오분 남짓 거리를 서너걸음 걷고는 주저앉고
서너걸음 걷고는 주저 앉는다
남편은 더 쉬었다 가자는데 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춥고 얼른 집으로 가서 눕고 싶다
보다못해 남편은 나를 둘러 업고 집으로 간다
나는 초록숲,작은 공원 그 길이 제대로 반듯하게
보이지 않는다
남편의 등에서 목을 감싸 엎드린다
부끄러움도 의식 없는체 미안해요 소리는 했다
다섯칸 철계단을 내려가면,바로 우리 102동이다
내가 무거울새라 ,또 아는이들 볼까봐 내려달래서
내렸고,남편이 나를 잡고 숨을 고를 새
몇걸음 걸을려다
나는 짧은 그시간 깜빡 정신을 잃었다
은경아,정신 차려 여보여보
소리가 다시 들리며 지나가는 우체부의 도움으로
나를 업고,아파트 로비문도 열어 준것이 기억에 난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내려 집으로 와서 정신이 났고
밤부터 울렁거렸는데,먹고 싶지 않아도 먹었던
아침식사를 다 토해내고 말았다
이른바,항암 부작용의 구토,오심이 이제 내게도
왔는가보다
토하고 나니 편안한데 춥고 힘이 없어 침대에 눕고
남편은 임프란트 치아빠진것을 아내때문에
두번이나 미룬것 시술하러 가면서
이웃한 최권사님께 나를 잠시 부탁 하셨다
우리 라인에 큰딸 가정이 살고
옆라인에 사시면서,믿음 좋은 친정엄니를 모시고 사는 나보다 열살 많은 우리 최권사님
나에겐 언니 같고,남편에게는 누님 같은 권사님
항상 분명하고,반듯한 권사님이 이불도 덮어주고
위로해 주신다
잠시 후
남편이 돌아왔고,나는 남편이 측은하고 미안해서
울서방은 의식 잃은 아내를 보고 너무 놀랐기에
서로 안고 울었다
구토가 정말 정신을 잃을만큼 힘든것일까
병원에 가는것도 싫다
혈압약은 잘 먹는데,
구토방지제 약도 먹고,남편이 끓여준
흰죽으로 조심조심 조금씩 식사를 한다
보리차를 마시면서
걷는 운동이 최고인데,오늘은 방에서나 걸어야 겠다
*****
5차 항암은 수술한 시간도 좀 지났기에
4차보다 덜 힘들것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다
정말 그러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끝간데 없이 차 올랐고,정말 그러기나 한듯
항암치료를 받고 이틀은 그런것 같았다
다만 옆구리 갈비뼈 사이로 국소마취를 하고 시술했던 복수 제거용 고무관을 빼고 왔지만
옆구리 통증은 남아있다ㅡ원래는 달고가서
한주 후에 빼러오랬었다만
초음파 검사하니 빼도 될 상황이라서
갑자기 기분 좋아졌드랬다
그래,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는거야
한은경 잘 하고 있는거야
잘 이기고 있는거야,남편의 격려를 수시로 들으면서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 놀래키는것이 없음 좋으련만, 또 있네
6월30 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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