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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귀뚜라미 우는 내력

 

 

 

 

올 여름 참말로 더웠지

폭염주의보가 연이어 내려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사람은 한없이

무기력 해지는 너무 더워 나른 했던 여름

지난 여름 이여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한껏 싱그럽다

열대야로 자다깨 물 마시고 뒤척였는데 며칠전 부터였는지

잠들기 전 창을 꼭꼭 닫고

새벽녁 잠결에 서늘해 홑이불을 밀어내고 차렵이불을 휘감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가을은 우리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나보다

 

가을은 소리로 우리에게 알려주나 보다

베란다정원 어느 꽃나무 아래 숨어 사는지 귀뚜라미

노랫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뚤 ,귀뚜르

청아한.반복적인 떨리는 듯한

그 소리가 저녁 한나절

밤 늦은 시간에 울리는듯 마는듯 해

아 귀뚜라미는 밤에 노래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일가가 모여사는지 지금은 시도때도 없이 귀뚤거리니

늦은 시간 잠 들지 못한 시간엔 성가시기도 하다

 

 

간혹 그 소리의 진원지가 확실히 어딘고 싶어 베란다 구서구석으로

탐색전을 하니 그땐 조용해져버리고 만다ㅎㅎ

 

아파트에 살면서 어느 틈에 숨어들어 가을을 알리는 그 곤충의 생태계를 알지는 못하고

촘촘한 방충망이 있는데 어떻게 숨어 들었을까 궁금해진다

비가 올때 창문 열고 손 내밀때 그때였을까

아니면 각 층으로 수직으로 연결되는 배수관을 통해 들어 왔을까

 

작년에,재작년에도

풀벌레 울음소리가 베란다에서 들려오니 사철 베란다에서

피고지는 화초들로

이곳을 풀 숲으로 알고 있나 싶어져

흐뭇해 지기도 했었드랬다

 

남편과 나도 귀뚜라미 울음 소리에

한껏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젊은날의 시간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몇몇일을.시시때때 울어대 성가실 무렵에 아파트 공동 방역이 있었고

그들이 다녀간 후의 그해 가을에 다시는 귀뚜라미 소리는

들리지 않더라는 이야기가 남게 되더라

 

오늘은 비가 올듯 어둑하니

귀뚤이가 시간을 잘못 쟀는지 울어 제키기 시작한다

 

울어라

노래하라ㅡ귀뚜라미야

알로 태어나 울며 노래부를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우리도 알고 있단다

울 아파트

구월 방역 날짜 공포되고 울집에도 마스크 쓴 방역 아지매

오실 그때까지라

 

그렇게 귀뚜라미 우리집 베란다 하늘 정원에서

온 몸으로 울고 노래할 시간이 길어봤자 열흘 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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