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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달빛 아래

달빛이 창호지 바른 문살에 밝다
보름달이 뜨면 ,아니 달마다 찾아오는 보름날이 되어 달이 뜨면
만나자고 약속한 친구가 있다
누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바쁘다고 무심코 잊고 살다가도,
그래서 몇번씩이나 달이 뜨고 져 어느만치 시간이 지나간뒤에
한번씩 만나도 여전히 할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인생사,세상사 고달픔에 지쳐 쉴새 없이 넋두리를 늘어놓아도
함께 아파하며 들어줄수 있는사이,
만나고 난뒤에도 애가 쓰여 염려 해 줄수 있는사이가
바로 이런것이 좋은 관계가 아닐까
어떤 이해타산이 섞이지 않고
사업의 승승장구라든가,때 아닌 행운이나
우수한 아이들의 대한 시샘보다 격려와 부러움뿐인 사이~
그러고 저러고 만나게 된지가 어언 십여년이 넘었다

아무런 연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한때 남편들의 업무로 인해 잠시 만나
좋은 감정이 아내들까지 좋은 감정으로 이어졌다는것 ~그뿐이라

두어번의 달이 뜸을 놓쳐 버리고
늘상 만남의 장소인 대숲 주막집을 찾았다
처음엔 우거진 대숲이 한낮에도 어둑하고 서늘하더니
가게가 점차 번창함에 따라 울창하던 대숲을 베어내고 방갈로 같은 방이 들어차고
길섶 밭떼기는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도 예전 기억을 찾는이들을 위해선지
오래된 한옥이 있다 정지방과 튓마루방과 사랑방이 있는
전형적인 초가 삼간방이다
작은 가마솥을 걸은 건넌방은 상하나 네명이 들어 앉으면 꽉찬다
손바닥만하던 봉창도 춥다고 갱지로 모조리 도배해서 막아 놓았고
아랫목은 절절 끓도록 따스하다
장작은 구하기보다 때는것이 힘들것이니 아마도 전기장판일껄~
오늘 저녁은 칼칼한 가오리 찜과 공기밥 한사발
아 ~`그리고 해물 넣은 파전과 동동주 한사발이 있으니 ~푸짐하다
오늘 동동주는 맛이 향그런걸 보니 쥔 할매가 손수 담근지 며칠째 일까
여름은 이틀째나 사흘 ~겨울은 닷새째가 맛이 쥑여준다고 하던데~~
무얼알까 마는 향그런 맛이 며칠째일것이라고 저다마 한마디씩 ㅎㅎ
아무리 그래봐도 한사발이면 그만인걸!!


아직은 우리가 현역으로 부지런히 살아가지만
시간은 항상 일정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는것은 사뭇 달라
50킬로의 속도로~60킬로의 속도로 `~달림을 느끼며 살테고
젊은날 그 무엇이든지 이룰것만 같은 자신감과 당당함이
아이들이 어렸을적에 아이들로 인해 우쭐한 그마음이 점차 사라져 버리며
자꾸만 작아질때 ~~외로워질때~`
나이 먹을수록 외로움은 깊어지는가
부부가 함께 하는 가식이 섞이지 않는 좋은 친구 있음에 행복하다

잎새 떨어진 키 큰 감나무 가지에 달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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