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때
항암을 하고 난 후 3개월이 지나야 , 그 악성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되풀이 썼던 독한 약들의 독소가 조금씩 빠져 나간다고 했었다
더 이상 항암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어려운 시험을 힘들게 통과한 후의 안도감도 있지만
항암 중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 겪어야 하는 부작용들로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지난 더 이상 항암제를 투여 하기에도 어렵던 지난 가을에 견주고
또 매일 매일은 의식을 못하나 , 어느 한주 지나고 보면 또 얼마간 나아져 있음을 느낄땐
그 또한 감사가 되곤 하지만, 발 저림고 시린 증상은 여전히 너무 힘들다
조금만 스쳐도 몹시 아프거나, 전기가 통한듯 저릿저릿 불쾌감도 있다
이 증상은 겨울에 더 심하니, 집안 온도는 남들이 느끼기엔 덥다할 만큼 따스하게 해 놓았다
그래선지 이 겨울에도 모기가 한번씩 엥엥 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수면 양말 위에 전원주 덧신을 신고 그 위에 또 종아리에 반 정도 올라오는 두터운 양말을
신고 있다 ~~그러면 발 시림을 어느 정도 차단해 저림도 좀 안정이 된다
그러다 발이 또 너무 답답해 양말을 벗기도 하고 ,<양말을 벗자마자 발은 뿌리가 마른듯 뒤틀린다>
양말을 한 켤레만 신고
발 안마기로 발과 시린 종아리를 주물러 준다
밤에 잠을 자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나, 아침에 깨어 맨 처음일어나 걸을때 아직도 뒤뚱거린다
아침 , 저녁 발을 씻기 위해 양말을 다 벗고 욕실에 가면 그 기온차에 발은 금방 뒤틀리고
욕실 슬리퍼도, 혹은 욕실 타일 바닥에 닿을때 그 냉기의 불쾌함은 언제 끝날꺼나
오전 햇살 좋을때,오후 혹은 어두울 시간에 춥지 않을때는
아파트 둘레길을 무조건 걸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 내려와 아파트 앞 화단길을 걸을때 허둥대던 발걸음 숫자도
이제 더 빨리 발이 풀리고, 아파트 한 바퀴 도는 정도에 쉬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되었다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이라는 것을, 걸어야 나는 살수 있다~~걷다 보면 결리던 발이 편하게 된다
그러나 , 전체적인 체력과 다리 힘이 부족해 마음은 앞서도 욕심껏 걸을수 없다
엊그제 , 수선화 팀이랑 만나 문성지 둘레길 두 바퀴~~4000천보 정도를 걸었었다 ~느긋이
페이스 조절 않고 같은 속도로 ~걸었을 뿐인데 ` 집에 오니 은근히 다리가 아파 드러 누워 버렸다
울 서방은 아픈 아내가 가여워 저녁 잠 들기 전에, 또 아침에 일어나서도 ,
한번도 빼 먹지 않고 한결같이 삼십여분 쯤 안마를 해 준다
오랫동안 발을 볼로 문질러 주고, 종아리 까지 자근자근 매만지며 주물러 준다
생각만 해도 고맙고 , 미안하며 ,또 안쓰럽기도 하는 울 서방
아내가 아프고,그것도 아주 위험한 질병이라는것을 알고 나니, 아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니
갑자기 아내가 너무 너무 귀중하게 느껴 지더라며, 지금도 나는 공주가 되어 있다
남편은 주부가 되고 말았다
집안의 청소는 예전에도 도 맡아 했고, 세탁기를 돌려주고, 빨래를 개어 장에 넣는것도~
밥을 하고 식탁을 차리는 것도,나는 어쩌다 만류하는 설겆이를 하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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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항암을 한후 3주가 되기 전에 머리카락은 다 빠져 버렸고
시간이 좀 더 가자, 눈썹도, 속눈썹도 또 또
그러니 구역이 불분명한 희멀그래한 이상한 얼굴이 있고 ,
숱 없는 머리래도 있고 없음이 살아 가는데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겨울이면 더 춥고, 여름이면 더 끈적 거린다~~모자가 필수가 되고 말았다
눈썹도, 다 빠졌던 얼굴에 그나마 오래전에 했던 눈썹 문신이 나마 있어 여기가 이마 였나 알게 된다
거금을 주고 맞추었던 가발은 영판 어울리지도 않았는데 , 다행히 사부인이 주신
커트 모양의 인조 가발은 평소 내가 부러워했던 머리모양이라 자주 자주 쓰고 다녔었다만
겨울 찬 바람이 불고 나니, 인조든, 인모든 밀려오는 바람에 추워서 부득불 모자를 쓰고 다녀야 했다
어느땐 두개의 모자를 겹쳐 쓰고, 코트에 달린 모자를 더 쓴다
사부인이 또 모자를 아들네가 내려 오는 길에 따스한 겨울 모자를 세개나 보내왔다
모피 모자가 둘,앙고라 모자가 하나 ~~~~
항암을 끝낸지 2개월이 지나면서, 맨드롱 머리가 까끌까끌 한것 같더니
지금은 1센치 조금 넘게 자라나, 가무리 해져 거울은 보면 흐뭇해 진다
어쩌다 보이는 흰 머리가 조금 더 긴듯 하고, 원래의 내 보드라운 머리 카락 처럼
새로 나는 머리칼도 보드랗고, 숱이 없을듯 하다
나는 머리 카락이 올라오는 것에 즐거워져 연신 사진도 찍고
어쩌다 만난 수선화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니 , 모두가 이런 상황 처음이라
모자를 벗어 보라기에, 뭐 못 벗을것도 없제 라며 까불며 벗는다
병실로 온 친구들~~~~맨 머리도 전에 다 봤었은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