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한주일
숙이씨가 새벽에 깨어 만들어 싸다준 도시락
병원에 온지는 엿새,
수술은 월요일 저녁ㅡ지금은 목요일이다
나도,환자인 울 서방도 모든 일상에서 벗어나 있으니
폰을 더 가까이 하고 있다
병원 도서실서 몇권 책도 빌려다 놓고 읽다가 말다가 한다
주변이 어수선해 쉽고 짧은 글이 많은 것 위주로 읽게 된다
수술 후 입원실로 이동중일때 신랑은 마취가 덜 풀려 반 수면 상태인데
그래도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고,누구 왔네라고 알아본다
처음엔 모로 눕지도 못했다가 점차 누웠다 일어나거나,
허리를 구부렸다 필때 있던 통증이 줄어들지만
아직도 무통약이라는약이 링겔선을 타고 몸으로 흐른다
사나흘은 간다고 한다ㅡ이 약은 사람을 자꾸 잠들게 하는것 같다
또 누워만 있지 말고 운동을 해야 방귀도 나온다고
방귀 꼈습니까라고 묻는 인사가 하나도 우습지 않는곳이
수술 환자에게 묻는 인사가 된다
이렇게 차츰 회복이 되어가고 집도 의사가
아침마다 ,간호사 인턴이랑 병실 순회를 한다
언제 퇴원할지 , 옆구리에 피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단순 담석수술보다는 더 늦어 진다고 간호사가 귀뜸해 주었다
의사 선생님이 염증 수치가 아직은 좀 높으니
며칠 더 지켜보자고 하신다
그러니 내일부터 설 연휴인데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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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있는 81병동 , 8 층이다
여덟명이 사용되는 팔인실 방엔 젊은이 한명 과
나이든 남자 환자들이고 보호자는 아무도 없으니
병실안은 조용하다
치료중인 환자들이 가엾다
침상 하나당 커텐을 둘러 칠수 있으니 저절로
공간이 아늑하게 분리가 된다
나는 굳이 집에 갈 마음도 없어 남편 곁에 계속 머문다
병실이 좀 더워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집에 가기 보다는
인근에서 바지랑 티셔츠 헐찍한것 하나씩 샀다
이른바 우리들 사이에 통하는 간병인 옷이라까
극심한 주차난은 종합병원은 더 하다
입원환자의 보호자래도 하루 4시간 이상 주차장을
쓸수있고 나머지 시간은 한시간을 넘으면 십분에 삼백원
입원 기간에 주차료만도 폭발적이다
다만 저녁 열시부터 아침 일곱시까지 보호자로 등록된 차는
무료ㅡ그래도 하루 만구천원이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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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의 낮과 밤은 시간이 흐름이 있는듯 없는듯 그저 멍하다
낮동안은 분주히 간호사가 다니고,문병객들이 들락거린다
퇴원과 입원으로 옆 침상의 환자들이 바뀌기기도 하며
밤이래도 가끔 간호사가 와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 보곤 간다
입원실에서 며칠을 자다보니 공기는 매우 건조하고
나도 조금 몽롱해져 낮엔 인근 길을 한바퀴 돌고왔다
잠이 들어도 깊은 잠이 되지 않고,옆 침상의 코고는 소리
하다 못해 간호사들도 여자들인지라 업무에 관한지 어쩐지
이야기 소리도 쉴새없이 들린다
밤이 늦어도 병실은 잠들지 않는지
환자들이 운동을 하느라,화장실 다니느랴 링겔주머니 달린 폴대를 끌고 다니는 소리,
웅성거리고 이야기 하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온다
1월 24일은 나의 57번째 생일이다
해마다 왔다가는 생일이 뭘 별 다를것 없지만
남편의 병실에서 보낼줄은 몰랐다
오빠내외와,작은 올케가 전화를 주셨고
고맙게도 숙이씨가 아침 일찍 도시락을 무겁게 싸들고
택시를 타고 왔다
마침 숙이씨 신랑집사님 생일이기도 했지만ㅡ음력으로ㅡ
나랑 같은 날짜가 되었긴 해도
숙이씨는 이렇게 주변에 많은 이들에 사랑을 나뉘는
참 따스한 여인이다ㅡ
여섯,일곱명은 먹고도 남을
찰밥에 미역국,불고기,꼬막무침을 포함한 여덟가지의 반찬을
삼단 찬합에 담고 따로 봉다리로 싼 사과,귤,바나나,두고 먹을 호두를 싸고ㅡ
나는 눈물이 날듯해 억지로 참았다
음식 솜씨가 좋긴 하지만 항상 베풀기 좋아하는 넉넉한 마음은 이럴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남편은 수술전 이틀을 금식을 했고,수술후 이틀을
죽을 드시는데 정작 환자는 먹지도 못하고 나만 잘 먹었다
또 영화집사가 맛난 죽을 사다주었으니 받은 이사랑을 다 어떻게 할까나
하루종일 병실에 있으니 오시는 분들이 반갑다
병원으로 많은 이들이 문병을 다녀가셨다
아파서 입원 하는것을 굳이 알리지 않아도
토욜 응급실서,교회 안내부를 만났고ㅡ
또 주일 안내섬김 불참을 설명해야기에
남편의 전도회 친구들이 여러명 오셔서,모이면 나누는 우스개소리에
남편이 웃다가 상처난 자리가 아파 찡그리기도 한다
이웃들이,성도들이,명절에 내려왔던 사촌들이
병실을 찾아주고,위로해 주었다
감사하다,고맙다
사랑은 사랑이라서 고맙고,이 사랑 나도 갚아야할
일들이라서 나도 다른 분들의 위로를 해야할때 귀하게 쓰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