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봄날 토요일 오후에 ~~

천사하야니 2016. 3. 21. 10:39

 

 

닷새나 머물던 서울을 다녀 오면서 마트에 들리니 냉이가 눈에 띈다

일교차 큰 이맘때의 날씨에도 봄이 깊숙이 다가 와 ~~냉이 가격도 싸고

또 이런 봄나물도 제철에야 향이 짙을 것이라고  한 팩을 이천원에 샀다

 

멸치 국물에 된장을 조금 풀고, 두부, 호박에 냉이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니

봄 실은 냉이 된장국 냄새가 입맛을 불러 드린다

굴에다 배를 좀 넣어 무친 굴무침과, 시래기 볶음, 아직도 맛난 김장 김치를 차려

 몇 며칠 마음 아림에 도망 갔던 우리 부부의 입맛이 돌아오고 배도 부르니 마음도 여유롭다

역시 봄에는 냉이가 최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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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렸다가 , 밤새 비도 내렸던 날씨가 토요일에는 화창하게 개였다

하루 삼십분은 햋볕으로 비타민 D도 만들게 빛 좋을 때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더라

남편이랑은 평소에는 퇴근을 한 저녁시간에야 함께 걷는데

이제 날씨도 풀려 오늘은 저 쪽 들성지 호수 공원 쪽으로 함 가봅시다라고

점심으로 국수를 삶아 먹고도 텔레비젼 보느라 자꾸 시간은 뒤로 밀려 오후 다섯시나 되어서야 나서게 되었다

<남편은 오전에 사진 수업을 듣고 , 오는길에 목이 불편해 물리 치료를 받고 온다 >

 

 

좁은 개울이 흐르고, 논과 밭이 있고 저 멀리 저수지가 있고 오랜 자연 부락 동네가 띄엄띄엄 있었더랬다

우리가 이 동네에 이사온  이십년이 넘는 동안에 사차선 도로가 뚫혔으며

크고, 작은  대형 아파트 군락이 들어섰고 , 상가 건물들이 지금도 연신 들어차면서

도심지가 되어 버렸으며 저수지는 가장 자리로 산책 길이 만들어지고  가운데에는

섬처럼 팔각정이 놓이고 예전 부터 있던 오랜 소나무가 멋진 시민들의 공원으로 조성 되었다

그러나 우리집에서 가기엔 많은 자동차가 다니는 시끄러운 도로를 지나가야 하기에

신랑은 평소에 그 길을 가기보다 우리 아파트 동네를 몇 바퀴 도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도 모처럼 아내가 원하는 길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자동차 도로를 조금이라도 덜 걷기 위해 뒷동산을 거쳐 원호 초등 뒷길을 돌아

저 안쪽 우사가 있어, 퀴퀴한 냄새 어린 논 안쪽 길을 걷는다

처음 저 개울엔 맑은 물이 졸졸 흘렀는데 , 지금은 생활 하수가 날씨 궂으면 더 냄새가 난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는 따스한 봄이라 ~~~걷는 사람들이 참말로 많구나 ~

 

들성지 호수공원에는

누렇게 마른 갈대가 아직도 펼쳐져 있고 물 위에는 작년의 연밥들이 둥둥 떠 보이고 물은 맑지 않다

우린 그저 들성지 부교길을 걸으며 , 어쩌면 운동 삼아 매일 다닐 사람들의 무게로

가볍게 일렁이는 것과, 역시 들성지 고인 물이래도 바람에  일렁이며

남편이 저기 오리들 보라 ~~네마리 가족 나들이 왔나 보다라고

이 곳에 수달이 두 마리나 산다고 누구도 보고, 누구네도 봤다더라 하며 나도 또 전해 줍니다

부교길이 끝나는 오른 편 작은 동산을 이어서 오르기도 하고

또 앞쪽으로 주욱 걸어가면  예전 양지 바른 마을에 지금은 대형 아파트가 공사 중입니다

남편이랑 동네, 골목 이곳 저곳을 평소 걷기 좋아해 전에도 다른 길로 몇번이고 와본 동네지요

그 동네가 좋아 보여 우리도 그쪽으로 이사를 갈까 하는 마음 있던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어 졌습니다

평소엔 좀 한적해 혼자 잘 가지 못할 길인데 `이번에 남편이 있으니 쉽게 가 게 됩니다

 

저 안쪽~~아파트는 벌써 몇 층이나 지어져 가고 , 새롭게 더 지을 조성된 곳이 넓게 보입니다

작은 언덕들은 깍이고, 파헤쳐 지고 , 아파트 부지에 들어가지 않는 바로 옆 몇채 남지 않는

주택들은 어쩐지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제는 농사마져 짓지 않는 밭 또랑 길목에 냉이가 지천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심겨지지 않고 , 봄을 기다리고 파종할 날을 기다리는지, 손바닥만한 밭에도

냉이는 다른 잡 풀들과 함께 맹렬히 자라나고 있더군요

확실히 먹는 냉이일까 , 얼른 인터넷 검색도 해 보지만  시골 출신 남편은 뿌리가 희면 맞다고 합니다

봄이면 냉이를 사 먹기만 할줄 알랐지 , 참냉이, 못먹는 냉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저라

확신을 갖지 못한채 냉이를 캡니다만~~~~토끼가 먹을 수 있는 요맘때의 봄 풀은 모두가 보약이라고 합니다 ㅎ 

 

냉이 캐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지, 어둑해 옵니다

손수건에 냉이를 담아 들고 오면서 ~~~이 만큼 살려면 만원, 아니 오천원 정도는 될까 ?

희희 낙락 기분 좋게 걸어 오는데 ~~~~아 점심때 국수를 먹어 그렇나요~~~~

너무너무 배가 고파 오는데 , 우리 부부는 배 고픈것 잘 못 참습니다요 ~~

오는 길에 오후 일곱시 까지 할인하여 칠천원에 판다는 옛날 통닭을 한마리 얼른 튀겨 받습니다요

일곱시 오분이 되었는데~~단 포장해서 가져 가야 한다기에 -집에 까지 사십분 정도는 걸어가야 합니다

 

초등학교 옆 벤취에서 우리 부부 통닭 한마리 ~~영계 쪼그만한 네 조각낸것을 사이좋게 두조각씩 해 치웠습니다

어두워서 오가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음을 참 다행이라며 다 먹어 치웠답니다 ~~

이렇게 길에서 먹는 것도 부끄러움이 줄어 들면서 나이들어가나 봅니다

 

한쏘끔은 라면 끓이는 것에

제법 큰 소끔은 데쳐서 된장, 고추장 넣고 나물 무침에 덜어내고 난 뒤 후에  

조금 남은 냉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