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오빠 편지 모음
대관령 골짜구니 마다
신의 붓 끝이 스쳐가
형형색색으로 붉고 푸르고 노랗고
하루 나절에도
인심 변하듯
보기에 따라
위치에따라 다르구나.
릴케의 '가을날'이 아니더라도
막바지를 준비하는 군상들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욕심이 지나치니 공이 잘 맞지 않는구나.
慾速卽不達이라
마음을 비워야지.
깊어가는 가을날에
책이나 눈 아프도록 읽었으면
잘 지내고 ......
얼음짱 밑으로 고개를 내밀고
두터운 옷들이 지겨울 때면
남녘으로부터 꽃 소식 들려오겠지.
겨울은 봄에 지고, 봄은 여름에지고,
여름은 가을에 지고, 가을은 겨울에 지고......
각기 저마다 장단이 있어
세월을 태우는구나.
그둥안 잘 있었겠지?
오랜만에 들러보는 자네 집에는
아직도 사랑이 활활타고 있고나.
마음쓰기에 따라 어릴 수도 늙을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준 축복이자 불행
어느 것을 잡아야 할지는 꾈테고.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제일이라
가족들 건강이나 빌면서 살아가소.
-젊은 오빠-
어릴 적 추석때가 되면
괜한 설레임이 있었지.
쇠푼 몇 닢 생기면
폭음탄 몇 개,
플라스틱 칼 한 자루,
라면 과자 몇 개......
요즘 울 새끼들은
회수 당할까봐
만원짜리 보다는 천원짜리를 선호하고
p.c방에 ,
아이스 크림에,
게임cd에......
한기위만 같으라는 옛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한데
보너스 몇 푼으로
명절을 보내볼까나.
바빠지는 아낙네의 발걸음 속으로
추석을 느끼고
덩달아 발 걸음을 빨리 해 볼꺼나.
자네도 여느 아낙들 처럼
시댁에 봉사하러
바쁜 걸음을 놓겠네.
젊은 오빠
그대는 나의 친구!
아직도 해맑은 미소를 가질 줄 알고,
그 미소속에 연륜이 살짝 비침은
그대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비결.
그대는 나의 친구!
낮은 톤 속에서도 지혜를 말할 수 있고,
목소리에서 향기를 지닐 줄 아는
그대만이 기질 수 있는 나이테.
이만하면 하루 쯤은 행복하겠지?
춘천에서의 즐거움도 잠시
또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바쁘겠구먼.
이 더운 여름에 우찌들 지내시는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날씨 탓으로 돌리고,
평소의 마음으로 돌아가
항상 웃음을 잃지 마시도록.....
이 가을을 풍성하게 하소서.
하늘거리는 마지막 잎새에도
은총이 있어 아름다움으로 물들고,
끝물의 과실에도
향기 가득히 들게 하소서.
이 가을을 달콤하게 하소서.
단풍든 계곡을 걷는 연인들의 잡은 손길에
사랑의 마음을 넣어 이루어지게 하시고,
공원 숲속에서 뛰노는 어린애들의 마음과 같이
그 부모에게도 똑같은 행복을 주소서.
이 가을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서로 반목하는 전쟁의 포화를 거두시고
서로의 마음을 도닥여 주는 마음을 주시고,
어려움에 처해 구원을 바라는 마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관음보살을 닮게 해 주소서.
나의 영혼을 나누어 준 새끼이기에
어려움을 대신하고 프고
그 새끼의 첫 휴가가 그리 짧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고
만남의 순간은 짧기만 하다.
등산의 시간은 길지만
정상에서의 시간이 짧은 것 처럼.
그렇다고 이미 새끼도 딴 몸이라
제 삶 속에 살고 있어서
부모의 마음은 늘상 걱정이더라.
우리가 나눠받은 영혼처럼.
아들은 다 컷다.
딸도 다 컷다.
키워준 것으로 만족하고,
욕심은 버려야 할 것이야.
남은 것은 신랑과 나의 향후 대책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