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어제도 비가 내리고 오늘도 비가 내린다
흐린날이라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도 사방은 어둑해 졌고
앞동 건물로 가려져 하늘도 조금만 보입니다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뒷산도 안개에 젖어 자욱합니다
햇살이 나면 덥다고도 일교차가 심하기도 하고
비마져 내리는 오늘같은 날은 제법 서늘하네요
바람은 산산하니 여름내 열어놓고 다니던 거실 창문도 양쪽다 닫고
어김없이 흐린날이면 켜는 램프에 오늘도 촛불을 밝혔습니다
무색 무취의 미니양초에 불을 밝히려고 라이타를 켜다가
아무래도 어설퍼 불끝이 손에 닿아 짧은 비명을 지릅니다
요사이는 성냥이나 라이타를 켤 일이 전혀 없잖아요
결혼초엔 석유곤로를 이용해 밥을 짓고 국을 끓이던 일들이 기억에 가물하고
더 지난 시절엔 방을 덥히기 위해
가마솥에 물을 붇고 군불을 지피던 어머니의 모습이 전설처럼 느껴 집니다
시월이 시작되는 날 입니다
가는 구월에 오는 시월에 비만 내리고,추석때 면회때 본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우리아이들 어릴적엔 컴퓨터 게임이 그리 성행치 않아
두손잡고 골목길이나 들길을 거닐던 추억을 만들수 있었지요
문명의 이기탓인지 어쩐지 요사이는 유치원생도 컴퓨터랑 노니 딱하기도 합니다
아이들로 인해 분주하던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던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남는것은 시간이요
느는것은 그리움뿐이라~~~
시간이 많다고 그시간을 알차게 쓰는것도 아닙니다
집안을 윤나게 박박 청소를 하는것은 커녕 아침 설겆이도 귀찮아지고
남편의 와이셔츠를 밀리지 않게 다림질 해놓는것도 아니라
밀쳐 두었다가 한꺼번에 후다닥 그것도 당장 입을것이 없어야 할만큼 늑장 선수랍니다
맛난 먹거릴 구상해서 한상 해 올리지도 않고 ~해놓아도 줄지도 않고 먹을 사람도 없고
회비를 내고 뭔가를 배우러 간다든가~~이제 가면 왕언니로 불리지요
그렇다고 요런조런 집안 꾸미기위해 ,물건을 사다 나르기엔
형편과 처지를 돌아 보아야 하고~~~요
부업으로 통통 거리질 않아도
굳이 위만 쳐다 보지 말고 내려다 보며 살아라라는 예전 어르신네의 말씀이 다 맞네
쳐다본들 우짤거여~~목만 아프고 속만 씨리고~~한숨만 나오지
그냥 세끼 밥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나면 ~~~세상 부럴울것 없다
호호 백발 할머니를 보노라면 아직은 젊고 고운 인생의 황금기인데
수입과 직결되는 일들은 아예 찾지도 않는다고 ~~써줄 사람이나 있겠어요~ㅎㅎ
벌지 못하니 쓰기라도 줄여야지~`헬스도,취미생활도 줄이고
뒷동산이나 저수지길을 운동삼아 걷다 오곤 한답니다
그래도 하루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것이 책을 읽거나
하루 한장 정도의 성경을 필사하는 것이 제법 중요한 일에 속할 뿐이랍니다
몸이 고달플 일도 없는 흔히 말하는 보통 여인 중년 아줌니 이지요
늘어 나는것이 어디 그리움 뿐이겠습니까
그렇게 눈흘겨 보지 않아도 될 뱃살이랑
작은 감동에도 ,텔레비젼 속의 이야기에도 철철 흘리고 마는 눈물샘이랑~~
만나면 쉬 헤어지지 않는이웃들과의 늘어지는 수다들
누가 한때 새침이라고 기억이나 할까요
우리 아이들하고도 함께 살았음 시시때때로 늘어놓을 잔소리들이
우리가 자랄때도 그렇게 듣기 싫어 했는데
엄마라는 자리는 염려와 걱정이란걸 여과 없이 표현한다는것일 뿐인데~
이제 이나이가 되고 보니 ~~엄마 아부지 다 저세상으로 보내고 나니 알아지는걸보니
그게 세상 돌아가는 순리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