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
추석이 빠르다 보니 구월이 시작되는 첫주에 벌초를 했답니다
빠르다고는 하나 겨우 추석을 한 주 앞둔 날이었구요
시부모님과 시 조부모님을 모신 선산은 집에서도 별로 멀지 않아
벌초를 한다고 해도 근처에 사시는 작은 아버님과 둘이서 하였는데
올핸 작은아버님댁도 서울 아들네로 명절 휴가를 일찌 감치 가시고 나니
자손은 여럿이래도 다 멀리 살고 생활이 바쁘니 벌초 할 사람은 정말 한 사람 남편 뿐이네요 ``
다행히 인근 시누네랑 함께 벌초를 하게 되었고 저도 나들이 삼아 함께 나섰답니다
사람 좋은 아이들 고무부가 도회지 출신의 서툰 솜씨지만 예초기로 부지런히 잡풀과 잔디를 정리하고
시골 출신으로 아직도 녹슬지 않는 능란한 낫 실력을 발휘해 남편과 시누가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몇년전 처음 따라 왔다가 말벌에 쏘인 적 있던 난 그늘에 자리 펴고 앉아 놀다오면 된다고 했지만
혼자서 멀건히 놀수는 없지 않아요 ~~~`
풀 뽑는 흉내도 내고 ~~~베어진 풀들을 갈퀴로 긁어 버리기도 했답니다
잡풀이 마구 자랐고 , 쑥들이 재재하게 웃자란 묘들이 예초기에 잘려 나가고
호미질에 정리 되며 잘 깍여 다듬어지니 벌초 끝낸 산소는 정말 보기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 어릴적에 노릿노릿한 머리털이 굵고 검어지라고
머리를 빡빡 깍았던 생각이 납니다 ~~~~~
잠든 아들아이를 남편이 면도하듯 잘 밀어 정말 반질반질 해 보여
어르신네들 머리 쓰다듬으며 웃으시던 생각이 났고 정말 세월 무상을 느끼는 시간이지요
벌초하는 일도 결혼 하기도 전인 남편이 청년 시절 부터 였을 것이고
그 후로도 한해도 거르지 않았고 ~~일이 바쁠땐 시간 쪼개기 힘들었지만
벌초를 하면 또 한해가 가는 구나 싶어집니다
때론 몇번이고 부모님이 그리울땐 찾을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참 다행이기도 합니다 ~~`
벌초를 하고 내려오다 보니 아직 풀이 무성한 산소를 보다 보면
자손들이 아직 벌초 하지 않았구나 ~~그렇게 명절을 넘기는 곳을 보노라면
참 무심한 후손이고나 싶지만
저 역시 산소를 쓰기보다는 이다음 우리 부부가 하늘 나라로 갈땐 납골당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수목장이나 들판에 재가 되어 뿌려지는 것이 낫겟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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