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베란다 장독대

천사하야니 2009. 4. 2. 17:03

 

 

 

양력으론 2월 4일이었고

음력으론 정월 아흐레 되던날에 ~~~메주 석장으로 장을 담았었습니다

 

이웃한 집사님의 시댁 어른들이 손수 농사 지은

국산 잘 쑨  믿을수 있는 메주를 가을 들 무렵부터 미리 부탁해구할수 있었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님도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는 일에 시들해져

어머님이 계실 적에도 시골 고모님댁에서 조달해 먹던 된장, 간장이

어머니도 고모님도 돌아가시고 나니 자연 막막해졌답니다

 

중년이 되어 ~`~`

살림에 통달했어야 할 나이임에 불구하고

직장 생활 경험 한번 없으면서 ~~가장 기본적인 된장도 못담그니

더 늦기 전에 배워 두어야~` 나중 아이들  결혼하면 퍼 줘야 되니까요

 

김치랑 달리 된장은 쉽게  구해 먹을데도 없고

사먹자니 비싸기만 하고 맛 없고 ~`무엇보다 사먹는 된장에 입맛이 길들지 않았고  ~~

먹꺼리에 장난질 치는 소문도 들어 불신감이 생기니  직접해야겠다고 ~~

또 한번 배우면 쉽다고 가르쳐 준다는 말에 ~~

한번 담으면 일년은 편히 먹으니깐 하고 마음먹었음다 

 

 

일단 좋은 메주를 구입했고

지난번 올케랑의 여행때 곰소에서 천일염도 한 푸대 사 놓았고

평소 살림꾼으로 소문난 이웃한 집사님의 도움을 받아 장 담그는날에

쌀독으로 쓰던 항아리를 비우고 내 평생 처음으로 장을 담았습니다 ~~~~

~정확히는 옆에서 시중만 들었답니다

 

잘 씻은 메주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생수를 받아 소금을 녹여  계란 한개 띄워 동전 만큼 보이면 딱 맞는 간이라고 합니다

소금물을 붓고 대나무 가지로 떠오르 않도록 눌려 앉히고

마른 고추와 숯을 띄워 햇살 고른 베란다 창가에 두었답니다

자주 햇빛을 봐야 좋다기에 예전 울 엄니처럼 장독대를 열었다 덮었다 하기는 귀찮아 

바람 솔솔들어갈수 있는 항아리 전용 투명 뚜겅을 사다 덮었고요

 

그리고 정확히 55일이 되어서

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일을 역시 이웃한 황집사님이 오셔서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그물망으로 장물을 부어 큰 곰솥 두개에 나눠 바글바글 끓여고요

끓일때 바닷가 자갈을 두개 넣고 끓이면 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요

또 항아리에 뜨거울때 부어 곧 바로 뚜겅을 닫으면 까만 조선 국간장이 된답니다

뚜껑을 닫지 않고 식히면 콩물색이 짙어 보일 정도이고요 ~~~

 

된장은 장갑 낀 손으로 물을 조금 부어 덩이 진 것들을 깨뜨립니다

방앗간서 고추씨 갈은 것도 좀 넣고 약간 잘박할 정도로 주무른뒤

항아리에 주둥이 좁은 항아리에 다시 넣습니다

꼭꼭 눌러서 소금을 한 줌 뿌린뒤 면 덮개로 덮은 뒤 약 보름이 지나면

한해동안 그 이후래도  두고 먹을수 있는 우리 전통 된장이 됩니다

찬찬히 설명 하시며 가르쳐 주시는  집사님이 아주 맛나게 잘 되었다고 하십니다

 

 평소

우리집 너른 베란다에는 많은 화분들로 가득차 있고  

색색이 고운  꽃들이 철 마다  피고 ~~또 피는데  

그 중에서도 만개해 가장 아름다울땐 거실이 잘 보이는곳으로 자리 배정을 합니다

 

지금은 장 담그었던 큰  항아리가  된장이 담궈져 된장 항아리가  되었고

또 어머니 쓰시던 것이라 버릴 수 없어 한 귀퉁이에 있던 작은 항아리 두개에

 간장을 두 군데 나눠 부어 이젠 간장독이 되었습니다

 

햇살 고르고 거실 에서 눈 돌리면 바로 보이는 최고의 위치에

베란다 중앙이 우리집 장독대 랍니다

투박한 옹기가 저렇게 이쁘게 보이다니 ~~~ 

우리집 방문객 마다에게 장독대를 자랑하고 싶어진답니다~~~~

 

ㅎㅎ 예전엔 신부 수업으로 모두 다 했을 장 담그기를

나이 쉰이 되어서야 도움 받아 하고선 ~~~희희 거리니 우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