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그때랑 ~~똑 같다

천사하야니 2007. 10. 26. 12:41
가을 어느날  밤 늦은 시간에  다섯명이 다 모였었다
마흔 중반도 옛날 ~ 낼 모레면 쉰이 될 중년여자들이 
신랑들에게 오늘 밤은 많이 늦어도 된다고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았으니 
밤이 깊도록 아니 날짜가 바뀌어도 일어설 생각없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수다는 세월이 가도 녹슬지 않는다 
우리동네옆 대나무 숲속의 주막집방 중에서도 조용한 곳  
 오래된 황토방에 아궁이는 막아 버렸고 
전기 판넬 방바닥은 금방 절절  끓다가도 스위치만 내리면  금방 식어 버린다
얇은 창호지 바른 문 틈으론  가을 바람에 대숲에 서걱대는 바람 소리도 들려 온다 
동동주에 ,파전에,장떡에,도토리 묵으로 하짇 못하는 술 보담 
칠년만에 부산댁를 만나도 어색할 틈없이 깔깔 대는데
늦은 퇴근으로 10시가 되어서야 들어서는 인천댁으로 인해 분위기는 금방 바뀌었다
술 잘하는 부산댁과,인천댁이 사이좋게 소주잔이 오고 가고
대구댁이 가끔씩  잔이 비기 바쁘게 잔을 채우고....
20대 중반~지금생각하면 복사꽃 처럼 곱고 �던 시절에 
우린 같은 60년생으로  오층짜리 아파트에서 만났다
일찍 결혼해   우리 정이를 출산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네살된 아들과 두아이로 인해 쩔절 매던 그시절 <그때 까진 내가 그동네서 젤 어린 새댁>
몇달을 간격으로  결혼하면서 하나씩  입성해 그리고 몇년을  살면서 참 정이 많이 들었고 
그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거기서  만삭으로  부른배를 보였고 ~~고만고만 하던 아이들들 키웠었고
시댁으로 인한 스트레스랑, 신랑과의 말다툼을 털어 놓아  위로를 얻기도 했었었다
우리집은 우리 젊은 새댁들의  사랑방이 되었고 ~~~동네 정보 교환처가 되었으며
출근했던 남편들이 자기댁들을 찾을때 우리집으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다
둘러 앉아 손뜨게를 아이 옷을 만들기도 했으며
차 한잔 ,커피한잔 ~~한권의 책을 돌아가며 읽고  평하기도 했었다
우리의 젊은 날의 한때를  신나게 ,즐겁게  보냈었다
하나씩 ,둘씩 이사를 했고 ~~~지금은 생각 나면 만나지만 
한때는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기도 했고.....
그때부터 강산이 두번도 더 바뀐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시 멀리 떠나기 전 얼굴 보자고 찾아온 부산댁으로 이렇게 모이게 되었고
이야기 중간 마다 우리나이땐 우리나이엔,이러이러 해야지에 
나이 이야기에 웃다가 ~~또 세월이 훌쩍 지나 다 만날때
그땐  우리가 오십이 넘을텐데 우리 쉰 되기전 젊을때 어쩌구 하지 않을까..ㅎㅎ
두번 구년에 걸쳐 미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온 부산댁네는  다시 
인니로 발령되어 서울생활 짐을 풀기도 전에   다음달이면 출국해야 한단다  
우리중에 젤 늘씬한 키와 이쁜 외모와 좋은 성품~~
다방면에 재주가 많아 내게 가장 많은 부러움을 샀던 그녀
어린 우리 정이를 내가 잠시 외출할때 맘 놓고 맡겨 놓았었지~~~
세상에 모든 축복을  다 받았던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인정 받는 남편과
잘 자란 아이들~~무엇보다 두번째 미국생활 달라스에서  신앙적으로 부쩍 자랐다...
우리중에 제일 노래도 잘하고 
경상도에 오래 살아도 또박한 서울말은 변하지 않는 인천댁
해외발령으로 사년을 떠났다 다시 이곳으로 왔고 영리한  딸애도 명문대학에 갔다
그러나  삶속에 생기는 부스러기를 다 비추지 않고 
그속을 다 풀어 놓지 않으니 만나면 어딘가 모를 그늘로 맘 쓰인다
우리중에 가장 순진했던  대구댁은 
늦둥이 딸내미가 초딩 오학년이지만
속이 깊어 늦잠 자는 엄니 깨울세라 살그머니 문닫고 아침 챙겨먹고 학교 간단다
인물 훤한 아들은 군에 갔고 남편이 아직도 직장에 건재하다보니
먹고 ,자고 배우러 다니고 ~~~
자잘한것 신경  별로 쓰지 않는 성격이라   우리중에 가장 느긋히 신나는 팔자다
우리중에 가장 신실하며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의 광주댁은 
태어날때 부터 아팠던 딸아이로 마음 고생이 너무 커 참 힘들었지만 
착하던 아들아이는 교대로 갔고  딸아이가 다행스럽게도 음대 피아노과에
일찌감치 수시합격해  한 시름 덜었고 
남편과 함께 하는 당구장으로 일년 열두달 휴가 하루 없이 꼬박 
교대로 출근하며 알뜰살뜰, ~~친구라 하기보다 어쩜 피 붙이 같은  안타카운  가까운 친구
나는 나는 친구들의 이런점을,저런점을 부러워 해고 ,
요런점에 조런점에 우월감을 느꼈으며,열등감을 갖기도 했다
나는 친구들 눈에 어떻께 비춰지고 있을까
부산댁은 딸아이 방에서 하룻밤을 잔뒤
예전에 살았던 곳곳을 한번 둘러 보았고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돌아갔다 
오년 후에 다 만나도 ~~우리가 나뉠 이야기 ~~수다가 짐작이 된다 ~~~
야 너 하나도 안 변했네~~그때랑  똑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