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축복

은혼식을 보낸 후~

천사하야니 2007. 9. 30. 18:26
남편의 퇴근만 기다리는 오후나절이 때론  지루해도 
한주는 너무 빠르고,한달은 더욱 빠르니
벌써 오늘이 구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느 한달 ,한계절 의미없이 왔다가 그냥 가진 않지만
추석연휴가  끝난 다담날이면  결혼 25주년이 되고,
더우기 올핸 은혼식이라고 동동거린것은 매사에 오버우먼 
작은것에도 늘 넘치게 표현하는것이라고 몰아 부치기엔 좀 그렇죠
야 ~~우리가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조각난 시간들은 대충 빼 버리고도
참말로 세월은 빠르고, 빠르구나
벌써 그렇게 되었냐 ~~~
세어보고 돌아봐도 얼마 되지 않았는것 같은데 우리 많이 같이 살았네
그사이 굽이마다 모퉁이 마다 얼룩진 자잘한 
사연들은 모두 숨겨 버리고 우리 기뻤던 일들만 기억하자구
또 이만큼의 세월이 순조로이 흐른후엔
우린 금혼식이 될꺼구~~우리가 그때까지 살수 있을까~
아직은 까막득해 멀고 먼  훗날 같지만 
지나온 세월이 금방인것처럼 앞으로의 25년도 역시 그럴걸
사람의 연분이란 정해져 있는것일까
내가 어떻게 이 사람을 만났고~~~결혼하고,
이세상 누구보다도 더 소중한 인연이 되었을까~~
우리가 알지못한 영원의 세계 저 안에서 부터 
부부로,부모로 미리미리 정해져 있는것은 아닐까
우리로 인해 소중한 아이들이 생겼고~~~~
그리고 그를 만남으로 인해 더욱 정진해야할 나의 믿음이 생겼고~~
그려 결혼은 남는 장사인가봐~~~ㅎㅎ 
25년의 세월이 참 길긴 긴가 보다
당시 환갑전후의 양가 어르신네들은 모두다 ~~머나먼 나라로 가셨고
눈부신 새신랑은 새치가 히끗한 중년으로
수줍던 새각시는 수줍움은 간곳 없어지고~~
자상함과 따스함보다 ~~나이 들수록 배려보다 권위가
높아지는 중년 아저씨로 되고 말았고
내 자랄때 울엄마의 모습 처럼 펑퍼짐하고~~~왁왁대던
중년 아줌니가 되고 말았다
정표로 주고 받았던 결혼 반지와 시계는 ~`
돈 되는것은 버얼써 팔아치우고, 고장이 나 팽겨친 상태고~~
갈치비늘로 만들어져 친구에게 오천원에 미리 구입해 나중 14k 세팅한
모조 다이아반지는 굵은 손가락에  낄수도 없다
분홍빛 곱디 곱던 치마 저고리는 불어난 살들로
언제 재활용통에 집어 넣었는지 기억도 안남네 
그날 맺던 남편의 넥타이는 누굴 줬을까~~<너무 화려하다고 해>
맞아 울집의 젤 비쌌던 14인치 칼라 텔레비도 ~벌써 폐기처분
이사 다니면서 낡은 장롱도,바뀐지 십년도 더 됐고
냄비도,수저 나부랭이도 그때것은 한개도 없으니
그동안 우리 낡았던 살림이 버려지고,새로 장만되는
그 시간들이 우리의 25년 동안 이구나
그래도 있긴 있구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많은것들이
아들방겸 서재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은 종이가 누렇게
변했고 후줄근 하지만~~~~참 오랜것이 많구나..
내가 처녁적 부터 모아온 가요 테이프랑
서방이 총각때 듣던~~엘피지 레코드판 서른여장도~~~
절대 아까워 못 버리게 한다 
25년 그 세월동안 ~~~~
내 쌓인 속상함을 보퉁이로 싼다면 보따리가 몇개나 될까 
맏이라서 시엄니를 오랫동안 모시고 살아야 하니
아는이들은 위로를 해주고 ~~격려를 해주었지~~
에구 울 엄니 많이 억울하네~~~스트레스의 근원이라고 몰로 가니
하긴 시엄니로 인해 인간관계가 생기고~~그로인한  속상함이 있긴 했지
아그들 다 키우도록
지금 생각하면 초딩 보내기 전까지는~~힘들던 기억은 없네  
숙제봐주랴,도시락 싸주랴,좀 커서는 운전기사하랴~~
말로 야단 치랴 ,회초리로 혼내랴~~~~
그러나 시엄니로 인한 답답했던 속상함도~~~
아이들 키우면서~~눈물로 기도했던 안타카움도~~
서방 애쓴다 말 한마디에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말던데 뭘
내 속상함으로 뭉친 눈물 보따리는 서방 말한마디에 녹고마니
나는 바보여 바보~~~
25년 그 세월동안 ~~서방이 나에게 쌓였었던 
속상함을  보따리로 싸면 몇개가 될까~~~~그러면 아마 보따리로 
표현 못하고 트럭으로 몇차 된다고 할껄~~~
보라구 그렇지
내 속상함은 쉬 풀어지고 녹아지며
분을, 오래 끌지 못하는 연한 성격인데
울 서방은 쉽게 화를 내지 않지만 화를내면
본인이 풀릴때 까지 ~~몇달이고 가니   바로 그런것이 
나의 속상함의 근원이여 ~~근원
아닌데~~25주년을 보내고 좋은 기억만 떠오르려고 했었지
자축하는 의미로 장미랑,백합,국화가 어울어진 
커다란 꽃바구니를 퇴근하는 서방이 들고 왔었다
낮에 롯데마트 꽃집에서 국화 한다발에 육천원이나 달래서
넘 비싸 사지 않았는것 ~~다행이다 ,,
묻지 말아야 할 얼마 줬어요가 자동으로 튀어 나오는데 
말하지 않아 ~~얼마 얼마 유도 심문에도 걸리지 않는다
이웃한 집사님이 웨딩케익을 보내주어~~~감동~~~
딸내미가 문자를 보내 주었다~~엄마 행복하세요라고
아마 꽃바구니도 딸년의 조언을 받아서 산것 아닐까 ..몰라